엔터프라이즈 타겟팅에 있어, B2B 마케팅 부서의 너처링 작업이 정말 효과 있을까요?
❓엔터프라이즈 딜일수록 마케팅이 아닌 세일즈 컨택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엔터프라이즈 타겟 마케팅을 진행할 때 (타겟 직군과 부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마케팅 예산이 5천 만 원 이상으로 필요하다면 잠재 고객 너처링 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고 보시나요? 딜 규모가 클수록 사실 마케팅이 아닌 세일즈가 1:1 컨택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고민이 계속 듭니다.
🔊마케팅도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은 많지만, 실질적 성과가 발생하기까지 매우 오래 걸리므로 목표를 좁고 명확하게 잡는 게 중요합니다.
안녕하세요. 엔터프라이즈 타겟 마케팅을 한다면 누구나 할 법한, 그리고 의문을 제기할 법한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기본적으로 딜 규모가 클수록(이 경우, 재직하시는 기업의 비즈니스가 발생시키는 딜 1개당 평균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중요하겠죠), 고객 입장에서 딜 클로징까지 더 많은 요소와 리스크를 고려하게 되므로 마케팅 보다는 세일즈 활동의 직접적 기여가 더 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세일즈가 일대일 컨택하는 활동을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게 더 많은 임팩트를 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실제로도 세일즈가 직접 레버리지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엔터프라이즈 딜을 만드는 데 마케팅이 기여할 수 있는 건 없거나 적다고만 보기는 어렵고요. 세일즈가 일대일 컨택을 하기까지 이전에 작업되어야 하는 일련의 활동, 예를 들면 우리가 만나고 싶은 업계와 규모에 맞는 기업의 담당자를 효과적으로 찾아내 미팅 자리까지 앉히기까지 마케팅 부서에서 작업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우리가 원하는 엔터프라이즈 고객 프로필에 맞는 리드를 마케팅 활동(콘텐츠 마케팅, 온/오프라인 행사 등)을 통해 꾸준히 육성하고, 소규모 네트워킹 행사나 프라이빗 커뮤니케이션이 보장되는 자리를 여러 기획으로 만들어 터치하는 과정 전반을 캠페인으로 기획하는 편입니다.
다만, 예산이 5천 단위 이상으로 필요한 경우, 비용 대비 효과가 얼마나 있다고 보는지 질문하셨는데요. 질문의 의도를 복기해보면,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엔터프라이즈 잠재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역산했을 때 대략 5천 만 원 정도를 투입해야 의미 있는 엔터급 잠재 고객을 데려올 수 있다고 간주하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보통은 5천 만 원을 투입해도, 딜 규모가 클수록 딜 카드 오픈까지만 고려해도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을 것이기에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하며 너처링을 지속하는 게 의미 없게 느껴질 수도 있죠.
저도 항상 고민하는 포인트인데요. 일단 경험 상, 엔터프라이즈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너처링 작업의 목표를 '딜 카드 클로징'까지로 본다면 호흡이 매우 긴 것은 맞습니다. 저는 보통 잠재 고객 정보 첫 획득 후 너처링 캠페인을 통해 거진 1년까지 가서 매출이 겨우 발생하는 걸 자주 목격해왔습니다(감탄이 나올 정도로 긴 호흡이었어요...). 이렇게 매출이 발생해도, 평균적으로 저희가 기대하는 딜 규모 보다는 적었습니다. 아무래도 첫 거래인 경우라면요. 하지만 우리가 엔터프라이즈 고객과의 물꼬를 트는 게 목적이라면, 이런 식의 너처링 캠페인은 분명 의미가 있고요. 희망적인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으나, 경험 상 B2B는 오래 버티는 사람이 성과를 가져가게 되더라고요. 무슨 뜻이냐하면, 1년 동안 열심히 마케팅 또는 세일즈 활동을 하고 중도에 그만둬버리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그 덕을 보게 될 만큼(!) 긴 호흡으로 전환이 돌아온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만약에 제가 일정량의 마케팅 예산을 갖고 엔터프라이즈 타겟팅을 위한 무언가 일을 벌린다면, 다음의 2가지를 먼저 정량적으로 계산 혹은 정성적으로라도 산정하여 진행할 것 같아요.
1) '빅 어카운트'와의 첫 미팅 1번이 갖는 기회 금액(Oppty)을 계산하기 (= 정량 목표)
가장 단순한 방법인데요. 마케팅으로 엔터프라이즈 딜의 모든 것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의미 있는 무언가를 논의하는 단계, 즉 '기회 금액'에서 마케팅 활동으로 따낸 잠재 고객이 진짜 유의미한 고객사로 바뀔지 아닐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엔터프라이즈 타겟팅을 위한 어떤 마케팅 활동을 진행한다면, 이전에 마케팅 to 세일즈로 넘어가 SQL이 된 고객들의 기회 금액이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되었었는지를 보고, 평균치를 가늠할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기회 금액의 70% 정도가 딜 클로징 금액(최종 계약 매출)으로 찍히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회사마다 파이프라인 단계별로 금액이 빠지는 추이가 있으니 참고해도 좋겠습니다.
2) 세일즈 부서가 동의하는 수준의 '빅 어카운트' 리스트를 데려오기 (= 정성 목표)
물론, 마케팅 부서가 장기간의 너처링 캠페인이 매달 발생 시키는 유의미한 컨택 포인트(MQL) 수나 리드 당 잠재 가치를 원화로 환산해 볼 수도 있고 실제로도 저는 그렇게 많이 일했는데요. 엔터프라이즈 타겟팅을 위한 작업은 사실 일반적인 마케팅 활동도 보다 '매우 좁고 명확한 타겟'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align 하는 게 비즈니스 차원에서 효과적이라 생각됩니다. 매우 좁고 명확한 타겟이라는 건, 사실상 세일즈 또는 어카운트 매니저들이 올 하반기 혹은 이번 분기에 꼭 만나야만 하는 기업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마케팅에서 어떤 프라이빗 행사를 기획해 운영한다고 가정한다면요. 그 행사에 일반적인 대기업 담당자 100명이 오는 것보다, 우리가 아직 제대로 제안해보지 못한 ‘시총 N위에 속하는 기업의 최소 부장급 10명’을 오게 하겠다는 목표를 갖는 것이죠. 현실 가능한가는 잘 모르겠으나, 타겟 마케팅이라는 건 결국 딜 클로징 금액을 보고 달려가기 보다는 얼마나 잠재 가치가 높은 사람들을 우리가 찾고 만날 수 있는 구실을 만드느냐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됩니다. 그들이 얼마큼의 계약을 우리와 할지는 사실 세일즈 조직을 포함한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거니까요.